변하지 않은 거
그건 간단해
아빤 날 사랑하고
나는 감사해
하지만 모든 걸
마음대로는 할 수 없는
법이란 말이
너무 아픈 말인 것 같아
각자가 방법이라고
생각한 말들은
서로를 상처 입히고
불만을 더해 가
불만은 계속 쌓이고
가족이라는 이유 외엔
우리 둘은 함께 살
이유를 잃어 가
내가 돈을 벌고 그냥
독립하면 되는데
발목을 잡는 우울증
알바 한 달에 무너졌네
그때마다 아버지와
나누던 그 대화
"대체 뭐가 그리 힘들어"
그게 나를 다시 한 번
무너뜨려
그때부터였나 난
아버지를 증오
이런 삶을 내게
줄 거였으면
하필 왜 낳은 거야
아들으로 나를
아빤 가족이란 건
특별하다 믿어서
무엇보다도 소중하고
강한 거라 믿었어
열 네 살에 엄마가
가출한 때에도
잠깐 삐진 거라며
꼭 돌아올 거라고 말했어
비대면으로 받게 된
이혼 서류에
아빠는 남은 걸 찾고
그건 아들이었기에
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걸
사랑스러운 네게
줄 테니까 제발 나만큼은
남아줬으면 했을 거야
사실은 말야
엄마가 이해가 돼
아빠가 우릴 대하는
방식과 우린 반대
너무 여리고 예민한
우리 둘의 앞에
너무 강하고 단단한
그가 우직하게 서서
이끌어나간 길
매번 우린 걱정하고
그때마다 핀잔을 듣는
우린 상처를 삼켜
난 우울증이
엄마 거 유전인 줄 알았는데
생각해보면
환경 때문도 있겠네
아빠가 나쁘단 말
하는 게 아니야
최선을 다한 건
나도 엄마도 아니까
다만 우린 섞일 수
없었던 물과 기름
거리를 두고 바라보는
것이 제일임을
이제 우린 아니까
지난 과거는 안녕
결국 찾은 적당한 거리에
가족으로 남고
서로의 행복을 빌게
아빠를 위해서 기도할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