지금 너는 대체 뭐를 믿어
스물셋의 나는 무얼 믿어
세상이 망해간다네 점점
난 입 다물래 이제
사람은 늙어서 죽는다며
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며
요즘엔 영생을 말하네
과학이 옛날 현자들 말 부정하며
저 새끼 찍으면 안 됐다며
그 새끼 찍어야만 했다며
이번엔 누구를 찍어야 한다네
투표가 세상을 바꾼다며
요즘엔 쇼미에 힙합이 없대
랩들이 거리에 울려 퍼져도
오토튠 켜면 다 떼돈을 번대
사클에 아마추어 넘쳐나도
힙합은 영원할 거라고 말해
수많은 장르가 다 죽어가도
클래식 음악을 꼰대라 말해
그게 얼마나 오래 이어져도
대학이 아무 의미 없다 말해
졸업장으로 먹고사는데도
대학이 인생의 전부라 말해
좋은 대학 졸업 후 굶는데도
노력은 배신 안 한다고 말해
수능을 망친 친구들 앞에서
노력은 아무 의미 없다 말해
수능 존나 잘 본 애들 앞에서
지금 너는 대체 뭐를 믿어
스물셋의 나는 무얼 믿어
세상이 망해간다네 점점
난 입 다물래 이제
아버지 가라사대
사람이 같은 걸 세 번을 실수하면
네 번 다섯 번을 똑같이 한다던
말이 날 무섭게 만들었다고
난 이미 세 번을 실수했거든
옥상 난간에 내 발 디뎠거든
사는 게 무조건 옳다고 말하던
상담사 말을 내가 믿었거든
이제 난 건강해
적어도 지금은 울
만큼 힘들지 않나 봐
이게 다 누구 덕이라니
아버지 빼면 대체 누구 말하니
이게 다 혈액형 생긴 거 사는 곳
부모님 유전자 때문이라고만 하지
몇 가지 문항에 체크했더니
나 같은 사람 세상에 널렸다지
논문이 언제나 옳다고 믿었네
나를 사회악으로 부를 때까진
책 한 권이 나를 바꿨다 믿었네
마지막 장을 펼치기 전까진
나는 내 인생 떳떳하다 믿었네
수많은 실수를 하기 전까진
나는 내가 죽어야 한다 믿었네
이거 다 받아들이기 전 까진
그냥 내가 어린 거라고
그대로 몇 년이 지나고
내가 이제 좀 더 낫다고
알고리즘엔 더닝 크루거
절대적인 게 난 없다고 믿어
근데 그럼 이 말을 어떻게 믿어
줏대가 없다며 나를 더 씹어
난 이제 걍 볼륨 키워
지금 너는 대체 뭐를 믿어
스물셋의 나는 무얼 믿어
세상이 망해간다네 점점
난 입 다물래 이제